부산의 종합병원인 부민병원이 강서구 명지신도시에 병원 부지를 사들이고도 9년째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인구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종합병원 필요성이 높지만 병원 측은 수익성 부족을 이유로 착공을 미룬다. 일부에서는 신도시에 '땅 투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인다. 

노기태 강서구청장은 최근 부산시를 방문해 강서구 명지2동에 부민병원 건립을 서둘러 달라고 요구했다. 노 구청장은 "사업 의지가 있는 다른 의료기관들도 못 들어오는 상황인 만큼 부산시가 나서서 부민병원과 계약을 변경해 일정 기간 내의 착공 의무를 지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지어 노 구청장은 "추후 일반상업용지로 바꿔 다른 것을 지으려고 하는 건 아닌지 등도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강서구 부지 매입 부민병원 
"자금력 없고 수지 안 맞아" 
착공 않고 임대 수익만 챙겨 
구청, 강제 수단 없어 '한숨'

부산 강서구청에 따르면 부민병원 측은 2010년 10월 명지2동 1만 1645㎡ 규모의 의료시설용지를 부산시로부터 73억 6500여만 원(공급가격)에 샀다. 8년 남짓 지난 현재까지 병원 건립은 감감무소식이고, 해당 부지를 한 건설사에 모델하우스 터로 임대한 상태다. 이에 의료시설은 안 짓고 땅장사를 한다는 비난이 나온다.

명지신도시를 포함한 강서구는 인구가 12만 명에 달하지만 아직 종합병원은 없다. 종합병원은 병상 수가 100개, 진료과목이 7개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강서구에는 현재 부민병원 부지 외 2곳의 의료시설용지가 있지만, 아직 소유권 이전도 안 된 상태다. 주민 장 모(37·강서구 명지동) 씨는 "개인 병원 이상의 준종합병원을 가려 해도 수 ㎞ 떨어진 녹산산단에 가야 한다"면서 "종합병원이 잇따라 들어서는 정관신도시 등과 비교해 의료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고 말했다. 

부민병원 측은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이 병원 관계자는 "2015년 건립한 해운대 병원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갔고, 예상했던 것보다 명지동 수요가 적어 수지가 안 맞는다"며 "아직 명확한 착공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부산시가 계약 당시 착공 기한을 정하거나, 공공 의료재단을 사업자로 우선 고려하는 등의 조치를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미 개인에게 부지가 넘어간 만큼 사실상 지자체에서 강제할 도리는 없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구청 홈페이지 등에 종합병원을 요구하는 주민 요구가 빗발친다"며 "병원 이익보다 주민 건강을 우선해 하루빨리 사업을 진행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